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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쇼생크탈출

YES 2018. 1. 29. 04:38

 

주인공인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 역)은 유능한 은행원으로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정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며 종신형을 언도받고 쇼생크 감옥에 수감된다. 어차피 영화는 쇼생크에서의 일이 주요내용이기 때문에 앤디가 쇼생크 감옥에 수감되기 까지의 일은 간단히 설명된다. 앤디가 쇼생크에 온 첫 날, 고압적 태도의 교도소장 노튼과 그의 충실한 하수인 해들리 교도관을 만난다. 해들리는 곤봉으로 잔인하게 폭력을 휘두르며 공권력을 남용하는 교도관이고, 노튼은 세상 모든 부정을 저지르면서도 성경이나 규율을 들먹거리는 위선적인 교도소장이다. 이런 부조리 속에서 갖가지 죄목으로 교도소에 모인 수감자들이 섞여있으니 쇼생크 감옥 안은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부조리한 사회. 위선적인 지도층과 각종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 결국 쇼생크 교도소는 사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앤디 듀프레인같은 지적인 인물은 쇼생크에 적응하기 어렵다. 앤디 듀프레인 역시 교도소 생활에 최대한 적응해보고자 노력하기도 하지만 결국 본성을 이길 수는 없다. 올곧게 본인을 지키고 살고자 하지만 이유없는 폭력과 성폭행 등 불편부당한 일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앤디는 결국 스스로를 지키는 선택을 한다.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것이다.

 

앤디가 쇼생크에 들어오기 한참 오래전부터 수십여년을 복역하고 있었던 장기수 레드. (모건 프리먼 역) 레드는 이미 완벽하게 쇼생크 교도소 생활에 적응한 사람이었다. 교도소에 필요한 물품을 밀수로 판매하는 만물상 역할을 하고 있었다. 레드 역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군상 중 한 타입을 대변한다. 세상의 시류에 온전히 적응하고, 그 흐름을 타고 나름대로 편안하게 적응해 살아가는 것이다. 레드는 이미 수십년간 쇼생크 교도소 생활에 적응해버렸고, 교도소 내 모두가 그를 필요로했다. 레드는 앤디와 친밀한 우정을 나누는 사람으로 나오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레드의 마인드는 앤디와 정 반대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앤디의 취미는 돌 수집과 다듬기이다. 돌에 관해서 어떤 돌인지 또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굉장히 박식한 편이었다. 교도소 안은 ㅣㅈ루하기에 돌을 예쁘게 다듬고 수집할 겸, 앤디는 레드에게 작은 망치를 구해줄 것을 요청한다. 바깥 세상의 모든 것을 구할 수 있었던 레드, 그런 그였기에 앤디가 인상깊게 본 영화의 포스터까지 구해준다. ( 이 포스터는 추후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세금과 관련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간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앤디가 그들을 돕겠다고 한다. 전직 은행 부지점장이었던 앤디었기에 회계관련한 일은 식은 죽 먹기 였으리라. 간수들은 세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고, 앤디는 그 댓가로 동료들에게 맥주를 3병씩 달라고 한다. 야외에서 일하는 남자들에게 맥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맥주를 마시며 즐거워 하는 동료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 앤디, 앤디에게는 그 순간 그 어떤 조건들보다 강한 자유에의 갈망이 느껴졌다. 그 순간 만큼은, 제한적이지만 분명 자유로워보였다. 그렇기에 더욱 갈망하게 되는, 자유라는 의미.. 아주 잠시만이라도 평범했던 자신으로 돌아가고싶었던 앤디였던 것이다.

"제가 다 해드리죠 그럼 돈이 절약되죠.. 세무 양식만 구해오면 제가 해드리죠 수수료도 거의 안 받고요.. 대신 제 동료들에게 맥주 3병씩만 주세요 야외에서 일하는 남자들은 맥주 한 잔에 더 일할 맛이 난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앤디가 간수들의 절세를 돕게 되면서 교도관들 대다수가 앤디를 세무사처럼 활용하게 되고, 그 덕에 앤디의 교도소 생활은 조금이나마 편해진다. (이런 걸 보면서 왠지 아, 그래서 공부를 더 해야하나 라는 생각을 한 속물..) 마침내 소문은 교도소장 노튼에게까지 들어가게 되고 불법자금 세탁까지 맡게 된다.

그렇게 간수들을 돕다 우연히 교도소 전체에 방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발견하고, 앤디는 음악을 켠다. 쇼생크 교도소전체에 울려퍼진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중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Che Soave Zeffiretto)'에 모든 죄수들은 깜짝 놀라 멈춰섰다. 모짜르트 음악을 틀고 문을 걸어 잠근 앤디는, 결국 독방신세를 지고 만다. 잠깐이었지만 음악이 흐르는 동안 쇼생크 교도소 안에 있던 모든 죄수들은 가슴 안에 어떤 일렁임을 느꼈다. 그래서 모든 교도관들이 사색이 되어 난리가 난 것이었을테지. 앤디는 식당에서 말했다. 음악은 자신의 머리와 가슴에 있으며,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반면 레드는 말했다. 희망은 쓸데없고 위험한 것이므로, 잊어버리라고. 앤디를 향한 레드의 현실적인 충고였다. 아마도 그것은 레드가 수십여년 동안 교도소 내에서 생활하면서 체득한 희망의 얼굴이었을 것이다. 레드에게 희망이란 잊어버려야 할 것이었으며, 레드에게 있어 순응하면서 사는 삶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영화 메인포스터의 "Fear can hold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 라는 카피로 확장되며 영화의 주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자유에 관한, 희망에 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데 특히 앤디와 레드의 대화를 통해 이 관념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앤디가 레드에게 하모니카를 선물하자 레드는 하모니카 연주를 망설인다. 그러다 마지막에 살짝 호흡을 내뱉어 소리를 내어 보기에 그치는데, 이를 보며 자유를 결박당한 채 순응해버린 인간의 굴종한 모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 레드가 살짝이나마 날숨을 밀어넣어 소리를 내어보았다는 것에 주목하면, 이미 레드가 앤디로 인해 조금씩 변화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영화에는 교도소 안에서 재소자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것을 낙으로 삼는 브룩스도 등장한다. 브룩스는 큰 비중은 아니지만, 브룩스라는 인물이 주는 의미는 아주 크게 다가온다. 50여 년을 쇼생크에서 복역한 장기수다. 사회에 나가 새로 적응하기에 지나치게 나이든 브룩스는 출소를 거부하며 칼로 난동을 부리기도 한다. 준비없이 맞은 자유에, 자유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브룩스는 결국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BROOKS WAS HER" 이란 글귀만 남긴채로 말이다. 준비없이 자유를 맞은 브룩스에게만큼은 쇼생크가 아닌 사회가 바로 암흑지대였다. 책을 대출해주며 소소한 즐거움을 얻었던 감옥과 달리, 존재가치를 찾기 힘들었던 "사회"에서 브룩스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상점에 자주 오는 손님이 두 겹의 봉투포장을 원하는 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본인의 무력함에 그는 점차 지쳐간다. 구속과 속박에 익숙해진 인간이 어떤 모습인지 너무도 잘 보여준 인물이 바로 브룩스다.

 

그러던 어느날 토미라는 20대 젊은 절도범이 쇼생크에 들어오고, 앤디는 그를 아끼며 검정고시를 보게 도와주는 등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어느 날 토미는 여러 차례 교도소에 수감 되었는데 누군가 "도둑질을 하러 갔다가 예쁜 여자와 그 애인을 죽였는데, 그 남편이 누명을 써서 감옥에 갔다."는 말을 듣고 혼란에 싸인다. 앤디는 토미를 증인으로 재심을 신청하려 하지만, 소장은 본인의 횡령 등을 위해 앤디를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이에, 유일한 증인인 토미를 탈옥하려 한다는 죄목으로 누명을 씌워 총살해버린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목숨을 벌레 잡듯 없애버리는 인물, 교도소장 노튼. 그는 소사회인 쇼생크의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한 권력자이며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절대자다. 그런 그가 늘 성경과 규율을 들먹거리며 겉으로는 고귀한 존재인 척 하지만, 사실 교도소 내에서 가장 탐욕스럽고 악랄한 인물이라는 아이러니는 관객에게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 죄수 앤디, 그리고 그런 앤디를 억압해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교도소장 노튼... 과연 누가 누구의 지배를 받아 마땅한가. 지배란 관념이 의미가 있기는 한가.

 

토미가 죽고 낙담한 앤디에게 레드가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러자 앤디는 미래에 멕시코 섬으로 가 태평양에 호텔을 열고, 배를 수리해 노후를 보내겠닫고 말한다. 지후와타네호. 그 곳으로 가겠다고. 앤디는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레드는 가석방에 수차례 실패하며 이미 사회에 나가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인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브룩스처럼 억압에 길들여진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태평양이란 이제는 미지의 세계로 여겨지는 공간에 대해, 레드는 두려움을 말했다. 동시에 앤디에게도 그만 현실을 받아들이라 충고한다.

 

레드는 앤디가 6피트 가량의 로프를 구했다는 말을 듣고 그가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비바람에 폭풍이 몰아치던 그 유독 길던 밤, 그날 밤 이후 점호시간에 감쪽같이 사라진 앤디.. 모두 걱정했지만 앤디가 그 밤, 감행했던 것은 자살이 아닌 탈옥이었다. 앤디가 사라진 밤,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죄수복 그리고 비누 한 조각과 손잡이까지 거의 다 닳아버린 암석망치 한 자루 였다. 굴을 파는 데 600년은 걸릴 것 같았지만 앤디는 굴을 20년 만에 파냈다. 앤디는 시간과 압력을 연구한 학문이었던 지질학을 열심히 파고들어, 시간과 압력만이 필요한 일에 매달렸다. 재미있게 본 영화 포스터가 필요했던 이유는, 바로 탈옥을 위한 굴을 파는 그 입구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매일 밤 열심히 굴을 파 내고, 그렇게 파낸 건물벽- 흙은 산책을 통해 운동장에 뿌리는 식으로 오랜시간, 성실하게 굴을 파냈다. 앤디는 쇼생크에 수감된 모두가 현실에 순응하며 그렇게 포기해버렸던, 자유를 향해 상상도 못할 악취가 나는 오물 속으로 500야드를 기어 탈출 했다. 아마도 앤디가 판 굴이 교도소 하수도관 근처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리라. 그 오물 속으로 몸을 던져 자유를 향해 나아갔을 앤디, 자그마치 500야드다. 미식축구 경기장을 다섯개나 연결한 그 긴 거리! 그 거리를, 앤디는 교도소장의 깨끗한 구두를 품에 안고 오직 자유를 향해 기어나갔다.

앤디는 노튼 소장이 횡령한 수십만불의 돈을 들고 사라졌다. 19년동안 악인 노튼 밑에서 일해준 댓가, 즉 퇴직금이었다. 그가 사라진 후 노튼은 장부를 뒤져보기 위해 비밀금고를 열려 한다. 그 비밀금고를 가리고 있던 액자에는 "심판의 날이 곧 오리라"고 적혀있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앤디가 탈출을 위해 굴을 파던 망치를 보관한 곳은 성경인데, 성경을 펴면 나온 장에는 출애굽기가 시작된다. 즉, 탈출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던 것이다. 노튼의 하수인이었던 하들리는 끌려갔고, 노튼은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탈옥 후 앤디가 좋은 자동차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레드의 나레이션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가석방 후 레드 역시 브룩스와 같은 부적응자로서 적응을 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허락없이는 화장실에도 마음 대로 갈 수 없던 40여년을 보낸 그는, 마트 점원으로 일하며 사회에 적응해보고자 애쓰지만 그마저 쉽지 않다. 가석방중인 레드지만, 허락받지 않은 자유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앤디 듀프레인의 흔적을 따라 조심스럽게, 멀리! 앤디가 적어둔 서신에 이 영화 전반을 흐르는 "희망"이란 관념이 다시 한 번 강조된다. - 친애하는 레드, 당신이 이것을 읽는다면 출옥했다는 뜻이고, 여기까지 왔다면 좀 더 멀리 갈 수도 있겠지요. 그 마을 이름 기억하죠? 내 사업을 도와줄 좋은 친구가 필요해요. 체스판 준비하고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 겁니다.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편지가 당신을 발견하길 빌고, 건강하길 빌어요. 친구, 앤디로부터.

 

먼 길을 떠나는 레드는 너무 흥분되어 앉거나 생각하는 것 조차 힘들다고 말한다. 자유를 누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벅찬 기쁨. 레드도 희망을, 자유를 가슴에 품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희망찬 미래를 꿈꾸게 된다는 열린, 그러나 분명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영화의 결말이었다. 단순히 텍스트에 모두 담을 수 없는 것들, 앤디를 연기한 팀 로빈스의 간절한 눈빛 연기부터 심리 변화를 온 몸으로 표현해냈던 레드 역의 모건프리먼 연기 까지, 하나도 놓칠 수 없는 것들이 쇼생크 탈출에 녹아있었다. 너무나 기본적이고 또한 너무나 흔하고 당연해서 돌이켜보지 않았떤 희망과 자유에 대한 감각에, 왠지 가슴 설레게 하는 영화. 너무나 당연해서 잊고 지냈던 그 소중한 것들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명화중의 명화 "쇼생크 탈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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