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모임 자리였다. 저녁이나 간단히 먹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평소처럼 늦던 놈은 여전히 느지막히 나타났고 먼저 오던 친구들은 먼저 와 고기를 굽고 있었다. 예전과 같았다. 우리는 2006년에 처음 만났다. 그 해 겨울, 살던 곳도 관심사도 모두 달랐던 우리는 비슷한 수능점수에 의해 한 학교에 모였고 그럭저럭 친구가 되었다. 누구 하나 특출나지 않았고 못나지도 않았던 우리는, 비슷한 생각과 비슷한 행동을 하며 서로 물들어갔다. 누구 하나 대학생활을 해본 이 없었지만 대충 옆 사람이 하는 모양을 따라해가며, 이렇게 하는 거구나 이해했고, 어쩌다 앞 뒤 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로 점심을 함께 먹고 술자리도 옆에서 견디며, 그렇게 가까워졌다. 물론 그 해 우리는 서로가 가장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그 해 내..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아?" 친구에게 잔뜩 받아둔 인형을 보며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카들이 좋아할 생각에 덩달아 들뜨는 기분에 싸였다. 조카들은 인형을 꽤나 좋아한다. 정품 인형들만 모아놓았다는 친구의 전화에 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인형을 싣고 왔다. 한 때 유행했던 포켓몬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들이었다. 오가는 만큼 기름값에 저녁 식대에.. 부대비용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꼬맹이들이 즐거워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넉넉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 이모부 최고! 하고 남편의 목에 매달리는 두 녀석. 상상만 해도 기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 전화를 받는 수화기 건너편, 언니의 목소리는 참담했다. "무슨 일 있어?" 언니는 오전 아르바이트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 달만 일할 사람을 구한..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그래,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이런 그림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밥 한끼 먹을 때마다 이건 얼마, 이건 얼마 그렇게 재료 하나하나 따져가며 남기기 아까워 넉넉히 만들지 못하거나, 좋아하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님을 매번 깨닫거나 등등등. 그가 빨리 자리를 잡겠다고 처음 말한 것은 15년 여름 즈음이었다. 직업이 비교적 안정적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는 정기적인 일을 좀처럼 맡지 못했다. 나는 그것이 그의 무능력이나 직업체계의 문제라기보다는 일시적 현상이라 생각했다. 이상스레 일진이 사나운 어느 날의 느낌처럼. 그저 그 해 그 몇 개월의 운이 나빴던 것 뿐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고교시절 박운구 선생님께서 어느 날 내게 말씀하셨다. 고생 안 해본 게 손을 ..
벗이 결혼식을 올리던 날이었다. 오랜만에 외출을 하고, 유독 힘들던 나는 몸살을 앓듯 밤을 보냈다. 체력은 어찌하여 갈수록 저하될 뿐인가고, 그리 끙끙 앓았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었겠지만 나는 마음 구석구석이 꽤 쓰렸다. 사실 그날 엄청난(이라 쓰긴 하지만 사실 아무 일도 아닌) 일이 있었다. 서둘러 홀에 입장하려는데 건물 지하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돌아보니 그이는 다름아닌 오래 전 가까이 지낸 후배였다. 익숙했지만 한편 낯선 얼굴. 몇 해 전,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우리가 오래전 함께 했던 여행지를 떠올렸다. 이미 누군가 잔뜩 수저로 퍼먹어 반 이상은 사라진 아이스크림을 제값주고 사와 황당했던 밤을 생각했다. 생돼지고기 15인분이 순식간에 사라졌던 저녁을 떠올렸다. 하얗게 덮였지만 역설..
- Total
- Today
- Yesterday
- 간장게장
- 문보경
- 조선육회
- 요기요거
- 철야
- 채은성
- 순희네닭곰탕
- 김현수
- 고등어회
- 엘지트윈스
- 엘지우승
- 삼미마라탕
- 마성산
- 고양이
- 소정한식
- 본점최대포
- 고우석
- 검냥이
- 스푼필라프홍대점
- 피자스피릿
- 박동원
- 잠실야구장
- 마라탕
- 군산
- 망원동정성
- 염경엽OUT
- 항저우아시안게임
- 전기차
- 홍대바다애
- 오지환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